향수
"나가 봐." 무언가를 탁자 위에 내려둔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방을 나간다. 젖은 수건을 집어들어 살짝 스치기만 해도 베일 듯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 위의 식은땀을 닦는다. 식은땀에 젖어 가는 경수를 보고 있자니 가슴 속 깊은 곳부터 축축해지는 것만 같았다. 기분마저도 비를 맞은 종잇장같이 눅눅해진다. 대신 아파 주고 싶은 것처럼, 대신 땀을 흘려 주고 싶은 것처럼. 행여나 작은 바람에도 감기가 더 심해질까 창문들도 꽁꽁 닫아 놓았더니 공기가 조금 더웠다. 땀자국이 난 볼을 닦아 주던 찰나에 경수가 말했다. "왜 말이 없어?" 침대 시트를 짚고 있던 손을 괜히 꽈악 쥐었다. "열이 38도가 넘었어. 힘들면 날 부르면 됐잖아." "당신을 불러서 뭐?" 백현은 최대한 차분한 투로 말했다. "너 곧 국서야. ..
백도
2018. 6. 9. 2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