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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

아람

기도 冀圖 2017. 3. 4. 23:24
매서운 바람이 부는 공간 속에서 모두가 우두커니 서 숨을 죽이고 중앙에 놓인 침대 모양의 고철로 시선을 모았다. 하얀 가운을 입은 여러 사람들이 동그랗게 중앙을 둘러 싸고 서 있는 형태 였고, 가운데에선 무언가 사람으로 보이는 듯한 생명체가 서서히 눈을 뜨고 있는 와중이었다. 이 연구소 중 가장 우두머리인 노인 소장이 안경을 한 번 치며 올리며 조수에게 말 했다.

"어떤가."

모니터로 혈압과 뇌파를 지켜 보던 조수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말 했다. 연구소의 모든 인물들이 벼르고 벼르던.

"끝내 주는 괴물 입니다..."

이 존재를 세상 밖으로 그냥 내보냈다간 생소함이 눈에 띄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확실하지 않다. 마침내 존재의 눈이 완전히 뜨이자 모든 연구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15년을 기대었던 연구의 끝이 바로 앞으로 다가 왔다. 2017년 3월. 온 세계를 뒤집어 버릴 새로운 형체가 드디어 만들어졌다.

평균 체온 47도. 그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는 혈액형. 무지막지한 힘. 짐승의 DNA가 흐르는 인간 병기.

"됐어... 됐어, 됐다!!!"

노인 소장이 조수와 꽉 껴안았다. 이 순간만을 위해 평생을 할애 해 왔어. 우린 이제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어. 그렇게 서로를 안고 우는 동안에 수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완성'을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성공'이 와닿아 오니 감격에 겨워 남은 여생을 다 바치고 싶기 까지 하였다. 우리 FBI의 경이로운 목표를 이룰 때가 온 거야. 현대에선 현실로 나타나리 라고 생각지도 못할 위대한 존재, 바로 늑대 인간이다.

다크 나이트(2008)에 나오는 악당 조커 처럼 테러범을 꿈 꾸는 것 까진 아니어도 언제 까지 범죄자들의 시다바리 노릇이나 하며 평생을 소비 할 수는 없다. 그들과 맞서며 직접 상대 할, 범죄 따윈 상상할 수 없는 청결한 사회를 만드려고 연구원들이 오만가지 가진 것을 다 내 놓아 가며 몰입 했다. 우선 다짜고짜 뉴스에 대고 '미개한 범죄자들아, 모두 이 늑대 인간 앞에 모가지를 내려 놓아라' 라고 할 수도 없으니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 했던 자의 집으로 들이기로 하였다.

인조적이지만 정말 살아 있는 듯한 살결과 숨결. 지나칠 정도로 섹시한 불로장생의 눈빛과 눈매. 아름답게 굴곡진 잔근육들. 일정하게 뛰는 심장 박동. 그 모든 게 짜릿하게 만들었다. 87번째 실험 대상이자 코드 네임 Wolf-6:27. 한국을 뒤집을 존재의 이름은 '백 현', 정체는 '늑대 인간'.

온 세상이 어두워지고 보름달이 뜨면,
우리 아가의 축제가 열리는 날이란다.






백도 아람
/기도 씀






잔 속의 얼음 끼리 마찰 하며 맑은 종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대표 님은 절 너무 과소평과 하십니다."

그러더니 환석이 피식 웃는다. 자신을 얕보아서 웃기다는 듯 하찮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모습에, 레이든이 불만인 듯 눈을 치켜 뜬다. 그의 잔은 단 한 번도 비워진 적이 없다. 눈빛과 맨정신인 것을 미처 알아챈 환석이 슬쩍 눈치를 보았다. 이까짓 기에 눌려 버리다니.

"도 의원 님."
"그저 아들 놈이 재밌어 보인다길래 투자해 본 것 뿐 입니다. 헌데 성공한 걸로도 모자라 맡아 달라니요? 인어도 나온 와중에 못 미더울 것은 없다만, 현재로선 어이가 없습니다."
"인어와는 별개의 문제죠. 무려 인간 병기 입니다."

푸른 홍채를 번쩍이는 레이든이 환석을 흘기듯 올려 보며 말 했다. 부탁하는 것 치곤 건방진 태도 였다. 하지만 여태껏 기밀로 진행되어 오던 프로젝트의 성공에 큰 공을 세웠다는 성취감이 다시 한 번 환석을 설득 했다.

"... 짐승 새끼를 집에 들이다니."
"신용이 문제로군요."

레이든이 옆에 누이어 두었던 서류 가방을 뒤적이며 파일철 하나를 환석의 앞으로 쭈욱 밀어 주었다.

"식스 투애니 세븐에 대한 모든 기록과 기능들 입니다. 4개국어를 완벽히 구사하고, 뛰어난 시력과 괴력, 오감 등 인간이 몸에 지닌 능력들을 최상위의 조건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실험 과정 중에 여러 교육 과정을 거쳤습니다. 자신을 통제 할 줄 아는 자 입니다."
"실험 전 신원은 어떠 했나?"
"핏덩이일 때 부터 혼자 였던 자 입니다. 보육원, 학교, 직장에 대한 기억을 비롯한 모든 기록을 데이터 해킹으로 전부 제거 시켰습니다."

이런 초인 같은 인간. 끌리지 않습니까? 레이든이 떠 보자 환석은 이 재산을 어쩌면 좋을까 마음 속으로 수만 번은 궁리를 하고 있는 듯 했다. 레이든은 환석이 지극한 아들 바보란 것을 알고 있다.

"도련님이 사육... 이런 쪽에 관심이 많으시다 그러셨죠 아마?"
"... 음."

레이든이 무릎 위로 양 팔꿈치를 놓였다. 야속하게도 그의 뜻은 굽혀질 줄 모르고 악 물고 달라 붙어 환석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질 때 까지 잡아둘 심산인 것만 같았다. 평범한 인간을 변이 시킨 새로운 잡종. 환석이 이내 하하 웃으며 말 했다. 이 독한 술을 9잔 째 들이킨 이상 이제 만취 상태다.

"그래서 제가 얻는 건 무엇이 있습니까?"
"도련님의 애정과 저희의 충성이죠."
"뭔가 그게. 터무니 없게."
"딱 1년만, 1년만 맡아 주시면 됩니다. 그냥 집에 들인....... 순한 강아지 라고 생각 하세요. 의원 님은 신경 끄셔도 됩니다. 사람들 틈에 알아서 잘 섞여 지낼 테니까."

무언가 사연이 있겠지, 하며 이미 넘어 온 듯한 환석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또 다시 레이든이 채워 넣어 놓은 잔을 들이키자, 레이든이 입꼬리를 훅 끌어 올리며 씨익 웃었다.

"저희 아가 잘 부탁 드립니다."

다 큰 성인 남성인 실험체와 정신력임에도 이 사람들은 백현을 '아가'라고 불렀다. 이만 술에 취해 수면의 세계로 빠져 버린 환석을 두고, 다리를 꼬고 앉아 손가락을 까딱이며 초 단위를 일정하게 센 레이든이 정확히 30초가 되자 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자켓 깃을 털며 룸을 나섰다.



*



난 개조 되었다. 과거도, 아 물론 현재도 어떻게 돌아 가는 모양새인 지는 아직 파악 중이지만 그저 오너의 명령을 따르는 게 나의 의무이자 삶이다. 내 이름은 백현이고, 해야 할 일은 이 나라의 위험 혹은 범죄를 막아내는 것이다. 긴밀히 해야 하는 일인 만큼 책임감도 크게 주어지고 있다.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 내가 늑대인 것 말고도 또 있다면, 난 과거에 대해 모든 것을 잊었다. 잃고, 잊었다. 가진 것도 없었단 말씀도 듣긴 했지만, 현재의 나로선 감정이 없으니까. 오너가 또 다른 사내로 갓 태어난 나에게 말 했다.

'네 사명은 사명으로 끝이 나야 한다. 너의 명예는 그것이야. 오너의 말만 잘 들으면 네가 일생을 다 바친 이 나라의 영웅이 되는 거다.'

난 오너를 믿는다.

'아가, 곧 다른 집에 머무를 너에게 주는 새로운 임무야. 수행 기간은 1년. 절대 입을 열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집 안에선.'

난 비록 건조한 감정이어도 나를 재탄생하게 해 주었으며 키워준 오너의 감사를 잊지 않을 것이다.

'영리한 척도 해선 안 돼. 온 언어의 철자 하나 라도 모른 체 해야 해. 1년 뒤엔 이 오너가 널 데리러 갈게.'

난 감정이 없으니. 그러니 오너가 '애정'이란 단어의 표현을 서스름치 않게 하는 것 같았다. 짐가방을 들고 연구소를 나서는 내가 춥지 않게 문 앞에서 꼬옥 안아 주셨지. 인간들은 이런 행위를 통해 '정'이라는 따위의 것을 얻는다고 한다.

'오너는 늘 너를 사랑해. 지시는 항상 오후 10시 37분 휴대폰으로. 잊으면 안 돼.'

연구소 외부의 길들이 낯설다. 내가 태어난지 한달. 세상은 호기로웠지만 내겐 그까짓 잡것들로 부터 신경을 끄고 곧장 가야 할 데가 있다.



*



크나큰 저택의 크나큰 문이 벌컥 열리어지며 한 눈썹이 짙은 남자가 깔끔한 차림새로 한달음에 달려 나와 백현을 맞이 하였다.

"네가 그 늑대구나. 난 도경수야. 혹시 말 할 줄 아니?"

'절대 입을 열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집 안에선.'

백현이 묵묵히 경수의 눈동자만 쳐다 보고 있자 알아서 눈치 챈 경수가 그의 팔을 붙잡아 실내로 안내 했다. 짐은? 백현이 두리번 거리자 이 집의 모든 수발을 드는 시종 같은 자들이 짐들을 옮겨 주고 있었다. 그러한 백현을 본 경수가 이제 막 세살배기에게 말을 가르치듯 또박또박 말 했다.

"괜찮아. 저들은 네 것을 훔치려는 게 아냐."

경수는 한 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 했다. 동물은 사람 말을 하기 시작하면 장점, 단점을 모두 가지게 된다고 한다. 장점은 인간이라는 가장 유능한 동물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단 점이고, 단점은 언어를 구사하게 됨으로서 거짓말도 하고 여러가지의 말을 하면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무엇 보다 인간과 같이 능수능락한 모습에 인간들은 자신이 주인인 척 압력을 넣을 것이 뻔 했고, 짐승들은 차라리 현재 모습 그대로인 게 나았다.

그 모진 실험 속에서 자신의 집으로 오게 된 백현에, 경수는 최선을 다해 사육할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마침 곧 점심 식사 시간이라 식당으로 백현을 이끌며 경수가 조잘 거렸다.

"난 키워 본 경험이 있는 게 강아지 하고 백호 밖에 없어."
"......"

백현이 멀뚱히 경수의 눈을 마주하고만 있자 아차, 하며 말 했다.

"멍멍이 하고 어흥이. 아직 모르겠니?"
"......"
"그래, 뭐... 내가 너와 같은 건 난생 처음이라 좀 서툴러도 봐 줘. 어차피 이 말도 알아 듣지 못할 테지만 그냥 들어. 내가 원래 말이 많아."

경수는 문에서 부터 쭈욱 백현의 팔을 잡은 채 놓아 주지 않고 있었다. 이 인간은 내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불안한 건가. 그 보다 말도 알아 듣지 못할 거라니. 자존심이 구긴 백현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 저택의 크기는 어마어마 했다. 외부에서 보아도 대단한 저택이지만 역시 내부는 더욱 화려 했다. 이런 걸 '화려하다'라고 한다는 것을 단단히 각인해 주듯 백현의 뇌리에 꽂히었다.

"모든 일정을 나와 함께하게 될 거야. 너무 설렌다."

무작정 말을 내뱉어 대는 경수를 흘끗 쳐다 보았다. 마치 머릿속에 주인의 얼굴을 새겨 넣어 놓듯이 아주 자세히 뚫어져라 경수를 주시 하였다. 1년을 함께할... 내 주인이라.



*



도경수는 참으로 눈치 없는데다가 쓸데없이 발랄 했다. 하지만 시력이 그닥 좋지 않아 서재에서 독서를 할 땐 꼭 안경을 꼈다. 종잇장이 팔락 넘어 가는 소리가 들려 왔다. 사흘간 딱히 내게 가르치려 든 것은 없었다. 벗이 필요 했던 것일까, 자기 혼자서 하고 싶은 말만 주절 거리는 게 일상이다. 여기서 백현이 하는 일은 그저 경수의 옆자리에 앉아 허공과 눈싸움 하는 것이다. 간혹 짙은 고혹한 색이 피부를 가르고 솟을 땐 그걸 쳐다 보고 있기도 했다. 백현은 자신을 절제하고 통제할 줄 안다. 늑대의 모습으로 컨트롤 하는 것도 가능 했다. 이러기 까진 많은 수고가 필요 했지만.

"책은 마음의 양식이래. 너도 읽어 볼래?"

소리가 나면 예민한 백현의 귀가 움찔한다. 그걸 알아챈 경수는 말을 걸 때 마다 저도 모르게 그의 귀를 쳐다 보고 만다. 또 다시 퍼덕이는 귀에 경수가 미소 지었다. 평생에 볼까 말까 한 이 늑대를 내가 기르게 되다니. 안경을 한 번 치켜 올린 경수가 의자 위로 왼다리를 올리며 백현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더니 자신의 가슴팍을 약하게 툭툭 두드렸다. 대충 따라 하라 이 말인 것만 같았다.

아.

입모양으로 아, 를 만들어 낸다. 그닥 순종적으로 굴어 주고 싶지 않았다. 오너를 떠나 주인이라는 처음 보는 사람 밑에서 기어 다니고 싶지 않았다. 경수의 입만 무표정으로 쳐다 보는 백현에게 경수가 어쩔 수 없단 표정을 지으며 두어번 머리칼을 토닥여 주자, 크게 흠칫한 백현이 눈을 크게 떴다.

"... 어, 왜?"

그게 위협적으로 보였던 걸까, 슬쩍 물러선 경수의 경직된 얼굴을 보자 백현도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늑대 인간이어도 별 수 없는 늑대.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순간, 오너 말고도 누군가가 나에게 칭찬을 해 줄 수도 있다는 성취감에 휩싸였다.

아.

아.

입모양을 벌리며 경수가 반응이 없자 입을 더 크게 벌리며 경수가 했던 것을 똑같이 시늉 했다. 아... 좋아 하는 건가? 슬며시 뻗는 팔을 백현의 머리 위에 얹어 천천히 쓸어 내려 주자 포옥 감기는 속눈썹이 편안해 보였다.

"겁 먹었잖아... 잘 하네! 착하다!"

경수가 활짝 웃으며 아예 두손으로 머리칼을 헤집어 주자, 오너에게 그랬던 것 처럼 냉큼 허벅지 위로 드러 누웠다. 잠시 당황한 듯 했던 경수가 다시 또 기쁜 얼굴로 백현의 살랑이는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오른손으로 천천히 쓰다듬어 주며, 왼손은 백현의 팔 위에 올려 놓았다. 얌전한 그 모습에 경수는 짜릿해짐을 느꼈다. 귀엽잖아...! 쩐다...!

"난 짐승이 말 하는 걸 그닥 좋아 하지 않아. 저 마다들의 언어가 있는데, 인간의 욕심일 뿐이잖아."

어딘가 뼈대가 있는 말에 백현이 얼굴을 굳혔다. 내가 말을 하면 싫어할 텐가. 오너가 주어준 수행 기간 1년 중 내가 말 하는 걸 들킨다면, 완수 조차 못 하고 쫓겨난다면. 오너는 날 용서해 주시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넌 할 수 있음 좋겠어."

아...... 옆통수 위로 경수의 얼굴이 겹쳐져 온다. 부들부들한 피부가 자신의 볼에 닿아 오자,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그걸 본 경수도 따라서 눈을 감았다. 봄향기 가득한 바깥과 달리 브라운 색상 계열로 인테리어 된 서재 안은 가을 바람이 불 것만 같았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고 싶어..."



*



바깥에 나갈 때면 항상 깍지 까지 넣어 두 손을 꼬옥 잡고 다녔다. 사람의 모습으로 목줄을 달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 거대한 늑대의 모습으로 나갔다간 온 인간들의 공포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 더욱이 경수가 부담을 느낄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눈치가 없어서 느낄 수나 있을진 모르겠지만. 벚꽃이 만개한 길을 걸었다. 인적이 드문 지역 외각에 있는 도로 였다. 차도 간혹 한대 씩만 지나 다닐 뿐 거의 없다고 알면 된다.

"도심이 아니라 이런 변두리에 저택을 지은 게 역시 옳았던 선택인 것 같아."

잡은 손을 앞 뒤로 팔랑이며 벚꽃잎을 즈려 밟았다. 이런 걸 보려고 굳이 걸어야 한단 말인가. 인간들의 감성은 이해 하려고 시도 조차 않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복잡하고도, 해괴 했다. 경수가 봄바람에 흩날리는 잎 중 하나를 확 잡았다. 그러곤 주먹을 펴 백현에게 보여 준다.

"예쁘지, 현아."

잎을 잠시 응시하다 시선을 경수에게로 올렸다. 습관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무엇을 하는 주인의 반응을 살피는 것.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해야 하니까. 저 분홍색도 짙어지기만 하면 잔혹한 붉은색인데, 뭐 하러 색 따위를 어여쁘게 보는 것일까.

"따라 해 봐."

저번에 서재에서 그랬던 것 처럼 자신을 두어번 두드리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백현이 대강 알아채고 따라하니, 머리를 또 쓰다듬어 준다.

"예쁘지. 그렇지?"

크흐흐 웃는 꼴이 백현은 우스웠다. 고작 손길 하나에 또 눈을 감아 버린 것도 모자라 정신 어린 놈 척이나 하는 게 이젠 제법 재밌어졌기 때문이다. 자정이면 나쁜 놈 잡으러 다니는 늑대 인간, 낮엔 덜 떨어진 늑대 인간.

"봄이 제일 좋아.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고, 가을은 서늘하고. 봄 처럼 늦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오는 미적지근함이 나는 좋아."

경수가 손에 쥐었던 벚꽃잎을 사라락 놓아 준다.

"난 하고 싶은 일이 없어. 스물이 넘었는데도 놀러 다니는 게 전부야. 다만 몰락해 가던 가문에서 아버지가 국회의원을 포기 했다면 이미 길바닥에 나앉았겠지?"

백현은 그의 말들을 모두 조신하게 들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 듯 경수의 침울했던 낯빛도,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 주면 금세 웃고 있다. 일정은 매일 다르지만 하는 일은 거의 같았다. 가끔 파티나 모임이 있으면 외출을 하는데 백현은 절대 따라 가지 않는다. 허벅지에 힘 빡 주고 두 번 정도 버텨 보니 이젠 데려 가려고 하지 않더라. 저녁엔 항상 지시가 내려 오니까. 없는 날도 있지만 요일 불문이기 때문에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만 했다.

"너도 생각이란 걸 하겠지?"
"......"
"목소리는 어떤 지 궁금해. 늑대로 변하면 울음소리가 얼마나 굵직한 지도."

역시 첫만남 때 '내가 원래 말이 많아'라고 했던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계속 해서 주절주절 거리는 경수 옆에서 해탈한 표정의 백현이 터벅터벅 걸었다.



*



"오늘은 글자 쓰는 걸 배워 보자."

곤란한데. 땀 삐질 흘린 백현이 신이 난 경수가 연필을 건네자 받아 들었다. 경수는 저택 안에서 서재에서 지내는 시간이 제일 길었다. 그 덕에 백현 마저도 서재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 잦아졌지만. 곰곰히 생각하던 백현이 마음을 가다듬고 연필을 쥐었다.

"어! 연필 쥘 줄 알아?"

투둑... 순간 손에서 연필을 놓았다. 이젠 편해진 주인 앞이라고 방심해 버렸어. 책상 위를 데구르르 구르는 연필을 이리저리 굴려 보았다. 아, 순간 손을 떨어 버렸다.

"아니구나. 내가 알려 줄게."

다행이다. 도경수가 멍청이여서. 눈치를 살폈다. 정말 모르는 것만 같았다. 연필을 손수 백현의 손에 쥐어 주는 경수는 정성을 다 했다. 그것이 백현과 지내는 것이 얼마나 재미 있는가를 알려 주고 있는 듯 하였다.

백현에게 몸을 바짝 붙여선 손등 위로 손을 겹쳐 하얀 종이 위로 글자를 새겨 나갔다.

"이건 리을... 그리고 미음..."

최대한 바보인 척 하기 위해 손에 힘을 풀었다. 어깨 아랫쪽에서 경수의 심장박동이 느껴져 왔다. 남의 심장 소리가 들려 오면 그것은 따로 음악이 필요 없는 자장가이다. 잠이 몰려 왔다. 경수의 심장이 뛰는 소리 때문에... 겨우 이거 하나 때문에... 결국 백현이 무방비한 상태로 책상 위로 쓰러져 잠에 들었다.



눈을 뜨니 창밖으로 달이 뜬 하늘이 보였다. 마지막 기억은 분명 경수와 글자 공부를 하던 때 였는데... 무언가로 부터 튕겨지듯 몸을 훅 일으키며 장롱을 뒤져 휴대폰을 꺼냈다. 10시 40분. 안 그래도 메시지가 와 있다. 젠장 3분이나 오버 됐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도경수는 아마 오늘 저녁에 있다던 약속에 나간 것 같았다. 나가려고 하다가 흠칫 했다.

... 잠옷을 입고 있다.

미간을 짚었다. 꼴에 주인이라고 옷 까지 갈아 입혀 놨냐. 복도 끝 방 창고 가장자리에 숨겨 놓았던 캐리어 속 복장으로 갈아 입으면서 백현이 시간 계산을 했다. 3분 오버된 찰나 동안 사람이 몇명이 죽어 나갔을 지도 모른다. 복장을 입고 빠르게 저택의 뒷창문을 통해 빠져 나온 백현이 숲으로 들어 서자 마자 늑대의 모습으로 변해 울창한 숲속을 마구 달렸다. 도심을 향해서 산만 타고 달리면 약 7분. 그르릉이는 소리가 정적을 메웠다.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더 빠르게 갈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를 큰 체력 소모를 염려해 늘 그렇듯 같은 속도로만 달린다. 귀에 꽂은 블루투스를 통해 오너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아가. 실망이야.
"벌 주세요. 달게 받겠습니다."
-우선 임무가 끝난 뒤에. 시간이 지체된 바람에 벌써 실내로 잠입 했어. 칩으로 GPS 전송할 테니까 곧바로 진입해.

칩이란 백현의 머릿속에 심겨진 것을 말한다. 곧바로 상상속에 펼쳐진 건물 구도 부터 타깃의 경로를 확인한 백현이 진입로를 바꾸었다. 늦지만 않았다면 건물 하나 뭉개 버릴 필요는 없었을 텐데.

도심에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백현이 허름한 빌라의 옥상을 타고 타깃이 들어간 히든 타워 라는 건물을 향해 몸을 던졌다.

-지시 변경. 사살해.
"생포이지 않았습니까."
-정부에도 골치 아픈 짓 했던 놈인가 봐.
"미운 털 제대로 박혔네요."

그렇게 말 하며 베테랑 처럼 7층에서 공구로 유리를 깨낸 백현이 안으로 들어섰다. 캄캄했지만 여긴 어떻게 보나 누군가가 머무른 흔적이 있는 침실이었다. 그 안에서 발견한 사람 인영과 머릿속에서 깜빡이는 타깃의 GPS가 일치한다. 유리 깨지는 소리에 묵직한 가방을 지니곤 달아 나려는 타깃을 쫓으며 총의 끝에 소음기를 달아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얄팍한 천조각을 뚫고 심장에 명중 했다. 타깃이 달리다 힘 없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가볍고 빠르게 끝이 나서 다행이다.

백현이 할 일은 그저 지시 대로 처리하는 것 뿐이었다. 뒷처리는 따로 오너가 보낸 사람들이 바로 와선 시체를 처리 하거나 데려 간다. 제 딴에선 사살이 편했다. 생포 하려면 몸싸움이고 나발이고 피곤해서 괜히 아침에 잠 투정만 부리게 되니까.

우다다다 헬기 소리가 들려 오더니 백현이 들어 왔던 깨진 유리로 진입한 남자 둘이 빠르게 다가와 사망 여부를 확인한 뒤 시체를 묶는 와중이었다.

"백현?"

그 목소리에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달려가 샴페인 잔을 들고 서 있는 경수의 입을 막아 눈 앞이 까마득한 방 안으로 숨었다. 순간의 소음을 이상하게 여긴 남자가 말 했다.

"식스 투애니 세븐, 문제 있습니까?"

침을 꿀꺽 삼킨 백현이 말 했다.

"없습니다."

그 뒤로 계속해서 시체를 감싸고 나서 묶는 소리가 들려 오자 그제서야 줄곧 입을 막고 있던 경수가 생각나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한 뒤 무슨 말이라도 꺼내기 전에 뒷주머니에서 포폴주사를 꺼내 바로 경수에게 놓았다. 무언가를 크게 웅얼 거리는 소리가 멎어 들자 방 밖으로 빠져 나와 근처 소파 위에 살포시 누였다.

"허억... 헉..."

이제서야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



마지막으로 셔츠를 두 손으로 쓸어내린 백현이 한숨을 뱉으며 방을 나섰다. 결론적으로 오너 측엔 들키지 않았지만 백현을 알아 봐 버린 경수 때문이었다. 내가 이 집에 머무는 첩보원이란 걸 들켜선 안 된다. 무표정으로 돌아 와 계단 앞에 서자 아래로 1층 로비가 보였다. 그곳엔 경수와 중년의 남자가 서 있었다. 중년의 남자와 눈이 똑바로 마주치자, 남자가 껄껄 웃는다.

"짐승 새끼 한테 셔츠를 입혀 놓았네."
"이제 말도 알아 들어요.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현, 이리 와."

계단을 뚜벅뚜벅 내려가 온순한 자태로 경수의 뒤에 섰다. 남자는 아무래도 분석상 경수의 아버지 정도 되는 듯 하였다.

"이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성깔 있게 생겼네. 레이든이 순한 강아지 라더니."

레이든? 오너를 알고 있는 걸 보니 경수의 아버지인 도석환이 맞는 것 같다. 이것은 레이든과 도석환 사이에서 벌어진 계약이니까. 백현이 경계하는 듯 눈을 희번뜩 떠도 마다 하지 않고 석환은 가까이 다가와 백현의 머리를 향해 팔을 뻗었고, 그 팔을 가차없이 뿌리쳤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주인 외의 따위 것에게 자신을 내어 줄 순 없다. 잠시 벙쪄 있던 석환이 허허 웃었다.

"얘 사람인 거 아니야? 내 안티인 거 아니냐, 안티?"
"낯을 가려요. 현아, 흥분 하면 안 돼."

낯선 사람에겐 항상 날을 세우는 백현을 알고 있다. 식사를 준비해 주는 요리사에게도,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에게도. 백현은 항상 도가 넘는다 싶은 눈동자 부터 파랗게 변하곤 했다.

"네 맘에만 들면 됐지 뭐. 간다."
"곧 본가 들를게요, 아버지. 어머니 께도 안부 전해 주시구요."

그렇게 석환은 이 공간을 나섰다. 바로 잡힌 손에 이끌려 가는 곳은 서재 였다. 얌전하게 따라 들어 갔다. 들어 가자 마자 경수가 목덜미가 끌어 안았다.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경수는 백현에게 말 했다.

"아버지가 널 짐승으로만 보셔서 속상해. 이렇게나 똑똑하고 예쁜데."

검은 머리칼이 멀뚱히 서 있는 백현의 볼을 간질간질 하게 만들었다. 키는 비슷 했지만 백현이 살짝 더 우위 였다. 볼을 부비적인다. 셔츠가 바스락이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러고 나서 고개를 훅 들춰 올린 경수가 슬쩍 물러 서더니 백현의 두 팔을 올려 자신의 어깨 위로 올리게 한 뒤 살짝 구부린다.

"내가 방금 처럼 안기면, 이렇게 해 주는 거야."

역시 아이에게 무언가를 경고하듯 또박또박 말 한다. 교차한 두 팔이 자신의 목덜미를 감싸자 이번엔 백현의 가슴팍에 팔을 두르며 안겨 온다. 또 다시 저번 처럼 심장 소리가 들려 온다. 하지만 잠이 더욱 날아가 버리는 기분이었다. 경수는 나이 먹을 만큼 먹고도 늘 놀아서 걱정근심이 없어서 그런 이유일까 솔직하고, 순수 했다. 모든 의도는 순수함이었고, 숨김이 없는 그런 인간이었다.

석환의 언행으로 인해 풀이 죽은 경수는 그로 부터 위로가 받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 순간을 이후로 또 얼마나 앵겨 버리고 말 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좋아하는 내 서재 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의 늑대와.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늑대는 짐승 중 가장 로맨틱하고 멋있는 짐승이라고. 한평생을 한 암컷만 바라 보는 것 처럼, 현이도 그럴까? 나를 평생 주인으로 여기고 잊지 않아 줄까? 매일이 뜨거운 백현의 체온 덕분에 경수는 그 품 안으로 더욱 파고 들었다.



*



-10kg 더.

끌어 내렸다.

-더 밀어.
"그, 그만,"
-더.

이만 입을 다물었다. 차가운 눈동자를 백현에게만 꽂은 레이든을 팔짱을 낀 채로 계속해서 무게를 늘릴 것을 지시 했다. 백현은 한계를 느끼는 중이었다. 계속 억압적이어만지는 큰 무게를 계속 밀고 있기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버티지 못 하면 그대로 깔려 죽어 버린다. 그런 약한 녀석 따위, 오너는 바라지 않아. 그에게 인정 받는 것 만이 내 인생 최고의 목표이니까. 오너가 내 어버이이니까.

-아가 잘 하고 있어. 버텨.

레이든의 음성은 차디 찼다. 더 강한 짐승으로 만들어내기 위함이었다. 백현은 이 인내심 훈련을 견딤으로서 자신의 내면을 컨트롤 할 것이다. 이내 시간초를 알리는 삐빅 소리가 들려옴으로서 온 힘을 다해 벽을 밀어내었다. 맨발과 맨손엔 연속으로 생채기가 나 피가 줄줄 흐르고 있던 참이었다. 마침내 긴 신호음이 나자 무게가 힘을 잃으며 백현이 훈련이 끝났음에 숨을 몰아 쉬었다. 지켜 보고 있던 레이든이 구둣발 소리를 내며 훈련장 안으로 들어서 수건으로 백현의 피 섞인 땀을 닦아 주며 생수를 건네 주었다.

"큰 칭찬을 받기엔 아직 부족해. 너도 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기대 할게. 웃어 주는 오너를 보니 백현도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험하고 거친 것들 뿐인 훈련장에서 이 순간, 지금 이것 하나를 위해 온 힘을 다 한다.

난 늑대요, 해야 하는 것은 오너가 시키는 것. 백현의 인생을 쥐는 것 또한 레이든이므로 평생을 그에게 충성할 것을 약속 했다. 갓 태어나 눈을 떴을 때 처음으로 들었던 '끝내 주는 괴물 입니다', 이 말 하나로 무너질랑 말랑한 정신을 버텨 왔다. 난 어디 까지나 오너의 개고, 끝내 주는 괴물이니까. 모든 것을 통솔하여 성실한 충성심을 가지는 게 할 수 있는 전부다.



*



스윽 하고 백현의 입술에 묻어 있던 소스를 경수가 닦아 주었다. 이것도 바보인 척 하려는 수법이긴 했지만 도경수가 너무 다정해서 통하는 것이기도 했다. 식사 때 마다 수시로 얼굴을 쳐다 보며 흘리거나 묻은 건 바로 바로 닦아 준다. 칠칠치 못 하다며 매일 포크질, 나이프질을 배우는 신세이지만 이렇게 라도 1년 간 무사히 지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전 보다 많이 나아졌어. 허겁지겁 먹으면 체 해. 알았지?"

백현이 고개를 주억 거렸다. 정말 이제 말을 알아 들을 줄 아는 것으로 알아챈 것일까 경수는 이 때 마다 세상 환하게 웃었다. 넌 이미 타락해 버린 나를 모르겠지. 백현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픽 웃었다.

"어 웃네?"

그 말에 또 주억 거려 주었다. 도경수는 지금이 식사 시간이란 것도 머릿속에서 삭제 시킨 것일까, 접시는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계속해서 백현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기 바빴다. 기분이야 좋지만 지금이라도 먹지 않으면 고기가 다 식어 버려 맛 없게 되어 버릴 텐데. 경수의 옷깃이 왔다 갔다 하면서 그의 향기가 코 안으로 스며 왔다. 쿨 하면서도 단단한 향에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백현은 눈을 감았다. 정오 햇빛이 식탁 위로 드리우는데도 경수는 마치 풀밭에서 뛰노는 어린 아이 처럼 해맑게 웃으며 백현에게 무한 애정을 표현 하였다. 식사야 나중에 고프면 먹지 뭐. 무의식적인 판단 하에 경수의 허벅지 위로 드러 누웠다.



"현아 이리 와 봐."

부름에 경수 쪽으로 다가가 어깨에 고개를 얹히자 너머로 책에 삽입된 그림 하나가 보였다.

"너랑 똑같아."

다름 아닌 늑대 사진이었다. 흐릿하지만 눈보라 속 거대한 몸집의 늑대에게 경수는 사로잡혀 버린 듯 했다. 시선을 올려 경수의 눈동자를 쳐다 보았다. 늘 그렇듯 초롱초롱한 동공. 그 실루엣을 보아 하니 저도 모르게 저번 처럼 포옹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늑대 인간이라... 안 믿었거든. 처음엔 그저 아버지가 이번엔 늑대 인간이란 키워드로 날 놀려 먹으려 하는구나, 싶었어. 그대로 쭈욱 거절 했다면 아마 우린 우리의 존재 조차 몰랐겠지."
"......"
"꼭 너에게 말 하는 법을 가르칠 거야. 주종이 아닌 친구가 되어 줄게."

그래 보았자, 난 짐승이고 넌 인간인데. 그렇게 단정지어 버리자 해도 어디 까지나 주인이고 종일 수 밖에 없는 구도이다. 어리석어... 백현이 경수의 몸을 돌려 저번에 알려 준 것 같이 어설프게 목덜미를 안았다. 방금 했던 말이 위로를 받고 싶단 의도로 알아 차려서 안아 준 건가, 라고 생각한 경수가 등허리에 팔을 둘렀다.

"... 넌 항상 뜨거워. 몸이 불덩이인 것만 같아."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경수는 그 날 이후로 그 날에 대한 이야기 또는 관련된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백현에게 꺼낸 적이 없다. 말 한마디 못 하는데 어떻게 그 공간 안에서 만날 거라고 생각 할까. 백현은 훈련을 통해 무지막지하게 강해졌다. 강한 몸체로 다시 태어났음에도 더욱 강해졌다. 당장이라도 미쳐 버릴 만큼, 훈련을 거듭하고 거듭해 이뤄낸 성과다. 고통이 사무친 순간 참아내지 못 하면 잿가루가 되어 버린다. 그 틈에서 내가 지켜야 할 것은 오너와...... 남은 반년 간의 도경수.

'아가 다른 생각은 하면 안 돼.'

난 감정이 없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더욱 경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가진 그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그렇다면 정말 슬플 것 같아.'

내게 주어진 사명감을 끝 까지 잇기 위하여......



*



타올에 바디워시를 짜서 비볐다. 항상 경수는 이틀 밤이 되면 백현을 씻겼다. 수치가 없는 백현은 그저 가만히 대 주고 있으면 된다. 내가 내 몸 씻기던 게 누군가로 바뀐 것 뿐이니까. 티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빡세게 타올을 비비던 경수가 백현의 어깨 부터 거품을 문질러 주었다.

"항상 생각 했지만 상처가 참 많다. 조심 좀 하고 다녀. 산 갈 때도 조심 하고."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산으로 나가는 날 알고 있구나. 그야... 같은 방에서 자니까 아나 모르나 별 다를 것도 없긴 하지만. 욕조 안에 앉아 있는 백현의 몸에 정성스레 거품을 묻혀 비벼 주었다. 보름달은 말 그대로 각성하는 날이라고 알면 된다. 몸체는 더욱 커지며 구애 또는 세력을 위한 날이기도 하다. 일반 늑대 보다 더 성장한 늑대 인간을 상대할 배짱 있는 늑대가 없다는 게 흠이긴 하다. 차다 못해 청산유수하게 넘치고 말아 버리는 이 전투력을 쏟아낼 상대가 없다는 게. 연구소와 있을 때와는 불편한 점도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자, 이-"

경수의 입모양을 따라 입을 벌리자 그대로 칫솔을 넣어 크게 솟은 송곳니와 다른 이빨들을 손수 양치를 시켜 준다. 샤워 패턴은 같았다. 샴푸, 바디워시, 양치, 물질, 건조. 그러고 나면 잠에 든다. 침실은 다르지만 경수는 꼭 백현이 잠에 드는 걸 보고 나서야 잠에 든다. 그래 보았자 백현은 자는 척 하는 것인데 말이다. 지시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이 저택에 온 뒤로 6번의 보름이 왔었고, 마흔 아홉 번의 지시가 있었다. 도경수의 평균 수면 시간은 9시간 25분. 샤워를 마치고 침대 위에 앉아 건너 침대에 누워 일찍 잠에 취해 버린 경수를 주시 하였다. 곧 10시 37분이 다가 온다.

... 만약 오늘 지시가 없다면 아무것도 모른 척 일반 짐승 처럼, 오늘도 당신의 침실로 들어갈 거야. 따뜻한 걸 좋아하는 경수에겐 언제나 뜨거운 백현이 제격이었다. 걸어 다니는 난로. 걸어 다니는 이불. 고개를 젖히고 눈을 꾸욱 감았다.

내가 왜 저 침실로 들어 가려 드는 거지?

단지 저 인간이 내 몸을 좋아 해서?

그런 걸 거야.

냉정해야 하는 일상에서 완전히 순수 그 자체인 경수는 백현의 포커스를 흐리기에 충분 했다. 손바닥으로 눈을 덮었다. 내 자신으로 인해 광분해선 안 되었다. 푸른색으로 변이 되려던 눈동자를 진정 시키려 백현이 일정하게 호흡을 내쉬고 뱉었다. 직감상 현재 시각은 37분. 손을 내린 백현이 10시 37분이라고 크게 적혀 불을 번쩍이는 휴대폰을 응시 하였다. 쥐 죽은 듯 조용한 저택 안에서 홀로 깨 있을 백현이 기다리고 기다리다, 38분으로 넘어 가자 휴대폰을 집어 들어 바로 장롱 안으로 숨겼다. 그러곤... 아무것도 모르는 척 경수가 덮은 이불을 살짝 들어 몸을 집어 넣었다.

문득 다가온 온기에 경수가 잠결에 바짝 붙자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 오는 심장 소리에 밝아 올 아침을 위해 눈을 감았다.

어둠에 가려진 그 귓바퀴가 붉어져 있다.



*



"아가!"

성난 걸음으로 건물이 떠내려 가라 씩씩 거리며 앞만 보고 걷는 백현의 손목을 쫓아온 레이든이 잡아 채었다.

"짜증 내지 마. 어디서 배워 먹은 버르장머리야."
"다신 제 피를 뽑아 가지 않겠다고 약속 했잖아요."

백현은 자신의 머릿속에 명확하게 새겨진 인물 외에는 몸에 손을 대거나 상대 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 했다. 까칠한 성격 때문에 매번 애를 먹는 것은 백현의 오너인 레이든이다. 훈련을 빌미로 한 방으로 백현을 들인 레이든은 발광을 하는 백현을 붙잡고 강제로 피를 뽑게 하였다.

"나, 나빠요."

이 말을 하면서도 오너에게 모진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책을 느끼게 하였다. 오너에게, 내가, 감히. 손목을 잡은 손을 떼지 않은 채 레이든이 말 했다.

"네 건강을 위해선 꼭 뽑아야 해."
"제가 싫어요. 이상한 사람들이 제 몸에 관심 가지는 것 자체가."
"오너 말 들어야 착하지."

여전히 얼굴이 상기된 백현은 놀란 가슴 때문에 다급한 숨을 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어 버릴 것 처럼 붉어진 눈시울 부터 원망스러운 레이든에게 당신을 원망 한다고 말 할 수 없는 것 자체가 억울 했던 것이다.

"그만. 어리광 부리지 마. 약속해, 앞으로 딱 한 번만 더 피를 뽑겠,"

그 청천벽력 같은 말에 백현이 냅다 달려선 한 정체 모를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궜다. 뒤로 물러서며 어깨를 들썩였다. 문이 부숴 져라 두들겨 대는 레이든이 현재로선 세상에서 가장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무슨 짓이야! 열어! 착한 인간은 이따위 짓을 하지 않아!
"난 착하지 않아요!!!"

감정이 메말랐다고 해서 흥분을 감추지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두컴컴한 공간 안에서 벽에 기대 홀로 눈물 흘리며 손등으로 눈가를 벅벅 닦아 대는 것은, 이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멍청하기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백현을 밤이 새어라 매타작 하던 레이든은 해가 뜨고 나서야 피범벅이 된 그를 품에 한아름 안아 주었다.

인간의 손에 길러진 늑대 인간. 야생에서 자랐으면 몰라도, 인간으로 부터 길들여졌다면 언젠가 스토리가 바뀔 지도 모르지.



*



벌써 이렇게 가게 되네. 1년은 하루 라고 할 만큼 짧디 짧았다. 마지막으로 백현에게 멋있는 옷이라고 소개한 정장을 입혀주는 경수는 아침 부터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 가질 않았다. 겉보기엔 첫만남과 다를 바가 없었다.

"시간 진짜 빠르다. 원래 주인 곁으로 가는 거지?"

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제법 말꼬리를 듣곤 웃어 줄 줄도 안다. 경수가 어깨께를 털어 주며 넥타이를 고쳐 매 주었다. 잠시 눈을 마주하며 물었다.

"좋은 분인 거 맞지?"

고개를 또 끄덕인다.

"말 하는 건 꼭 들어 보고 싶었는데, 아쉬운 게 많네."

경수가 무어라 소리치자 바깥에 서 있자 자들이 들어와 백현의 짐가방을 가져 갔다. 그것을 백현이 바라 보고 있자, 경수가 크큭 하고 웃으며 말 했다.

"괜찮아. 저거 안 훔쳐 가. 이거 오랜만에 듣지, 그치."

따라 웃어 주었다. 물론 깊이 있는 웃음은 아니었지만 1년을 최선을 다해 보살펴 준 보상으로 이 즈음은 해 줄 수 있지 않은가. 아무것도 모르는 이 놈은 조금 안쓰럽지만 떠나야 했다. 이걸로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하게 되었다. 오너 께선 어떤 칭찬을 해 주실까. 벅찬 가슴을 얼싸 안고 방을 나선 뒤 로비로 향했다. 오고 나가는 이 큰 문이 열리면서 중앙 맨 앞에 서 있는 오너와 눈이 마주쳤다. 레이든이 반가움에 미소를 짓자, 그 인물들의 생소함에 경수는 눈만 꿈뻑였다.

"아가."

레이든이 손을 허공에 내밀자 옆에 있던 자가 권총을 올려 준다. 그러더니 저택 내 대리석 바닥으로 그것을 던졌다. 권총이 백현의 구두코를 건드렸다. 바닥 한 번 보고 레이든을 본 백현이 미간을 구겼다. 무엇도 모르고 권총을 주워 들었다. 뭔가 묘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 임무의 마지막 지시야. 도경수를 죽여."

그 말에 주춤하며 뒤로 물러선 경수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불안해 하고 있단 걸 감지한 백현이 경수의 손목을 잡아 등 뒤로 숨기듯 잡아 당겼다.

"이해 하지 못 하였습니다."

어. 도경수의 얼핏 목소리가 들려 왔다. 피식 웃은 레이든이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았다. 늘 그렇듯 고가의 수트 차림에 왁스로 바짝 올린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

"훈련 기간 동안 뽑아낸 네 피로 늑대 인간을 대량 생산하는 프로젝트가 성공 했어. 결론적으로 넌 아주 좋은 씨를 제공해 준 거야. 이 1년은... 뭐, 생산할 동안 임무 라는 명목으로 찌그러져 있으란 거나 마찬가지지."

손수건을 던지자 옆에 있던 자가 훽 잡아 챈다. 허세 그득한 모습에 백현이 한 걸음, 두 걸음 뒷걸음질 쳤다. 이럴 분이 아닌데, 이런 식으로 무례하게 나설 분이 아닌데. 그 보다 도경수는 누군가에게 악의 씨앗을 심을 만큼 악한 자가 아니다.

"그러니 이제 쓸모가 없지. 네가 도경수를 죽이고 난 뒤엔 1년 간의 버라이어티한 모든 죗값을 물게 할 거야. 오너가 항상 말 했지? 착한 인간이 되야 한다고. 그럼 나쁜 짓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말은 잘 들었으니까 살려 주는 거야. 눈 한 번 움찔 안 한 채 무자비하게 말을 뱉어 내는 레이든과 그 뒤에 깔린 수십명의 사람들은 백현의 반항을 잡아 내기 위함이었나.

"싫습니다."
"뭐라고 했니?"
"싫다고 했습니다."

수십명의 사람들의 손은 모두 허리춤에 있다. 언제 라도 총을 뽑아 낼 수 있는 모양새 였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네들이 죽이겠다, 이 말인가. 인원이 너무 많아... 아무리 자신 있어도 홀몸으로 상대하기엔 버겁다.

"죄 없는 사람은 왜 건드냔 말입니다."
"죄가 없어? 도경수 씨, 당신이 대답해 보실래요?"

백현의 어깨 너머로 삿대질 하며 레이든이 살갑게 말 했다.

"아가. 네가 무얼 하든, 무슨 말을 하든 이 오너는 다 알 수 있단다. 저 새끼 한테 들켰잖아. 히든 타워에서."

안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더니 여유롭게 불을 붙여 연기를 불기 까지 하였다. 경수가 자켓을 꾸욱 쥐어 오는 게 느껴졌다.

"넌 몰라도 난 인내심이 그닥 길지 못 해. 나는 잡초 마저도 오르지 못 하게 뿌리 까지 뽑아 버리지 않으면 기별도 안 가. 죽여. 못 죽여?"
"... 그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까. 내버려 둬 주십시오."
"우리가 씨름 하는 것도 들켰는데 살리긴 늦었지."

절망적이었다. 수년간의 훈련 기간을 거쳤고, 믿고 존경 했고 오너의 본 낯을 목격하게 된 순간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게 너무 아팠다. 느끼는 게 없다며.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픈 거야. 하지만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이다. 뒤에서 눈알만 굴리고 있는 경수에게 소곤소곤 말 했다.

"저 자들이 닥쳐 오면 옥상을 향해 달릴 거야. 손 절대 놓으면 안 돼."

그렇게 말 하며 손을 뒤로 내밀어 경수의 손과 깍지를 끼며 꽉 쥐었다. 평범한 사람 처럼 말 하는 백현에 넋을 놓을 법도 한데 고개를 잽싸게 끄덕이는 경수에게 살짝 웃어 보였다.

"무슨 애길 그렇게 해~ 밀정 넣고 싶게."

어차피 서로 알고 있을 것이다. 밀어 붙이고, 밀려나 줄 것을. 그렇게 된 이상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레이든이 검지를 까딱하자 수십명의 사람들이 저택 안으로 쳐 들어 오면서 동시에 계단을 향해 뛰었다. 모든 이들이 사정없이 총을 쏘아대는 바람에 얼떨결에 경수를 들춰 안게 된 백현이 훈련 했던 때를 떠 올리며 이를 악 물고 달렸다. 총성이 귀를 찌르고, 거친 숨소리가 귀를 평정할 때 즈음 옥상에 올랐다.

"이제 어쩌지? 너 괜찮아?"
"... 미안해."

냉정하다고, 느끼는 게 없다고. 생각 했지만 아마 그것은 처음 부터 모조리 거짓말일 지도 모른다. 지금의 난 이 인간을 너무나도 지켜 주고 싶어.

"아, 아니 복잡한 건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지금 우리가 위험한 건 알겠어. 지금은 헬기도 무엇도 없단 말야!"
"그런 건 위험해. 우린 정부에 소속된 자들이야. 소용 없을 거야..."

이내 쿵쾅이더니 옥상으로 사람들이 오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궁지에 몰린 나머지 옥상의 언저리에 자리 잡게 된 백현이 다급하게 경수의 볼을 쥐었다. 정신 차려야 해.

"내가 널 만난 건 행운이야. 처음 만났을 적 부터 널 연모 했던 걸 지도 몰라. 내 주제 때문에, 인정하기 싫어서 그래서 모른 체 했던 것 같아."

사람들은 점점 몰려져만 왔고, 마치 누군가가 마저 올라 오길 기다리는 것 처럼 홍해바다 처럼 갈라져 있었다.

"끝 까지 말 못 하는 줄 알았잖아. 레이든 자식 손에 뒤지기 전에 상사병으로 뒤지는 줄 알았어."

경수는 꿈을 꾸고 있는 듯 했다. 백현의 목소릴 듣게 되다니. 볼에 올려진 백현의 손등 위로 자신의 두 손을 겹쳐 올렸다. 1년 간, 어떤 말을 들은 것도 받은 것도 없지만 이제 와서 라도 그간 줄곧 마음에 저를 담고 있었단 걸 알 수 있었다. 살풋 내려 앉듯 손가락에 닿아 오는 경수의 눈물이 애처로웠다.

"네가 날 보살핀 것 처럼, 이번엔 내가 널 지켜 줄게."

백현이 경수를 향해 미소를 지으려던 찰나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가운데서 총성 소리가 들리면서 백현의 머리가 휘청 하였다. 붉은 흰자위로 부터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흐르며 백현이 맨바닥으로 추락 했다. 볼에 닿아 있던 손이 비어 버렸다. 백현의 머리에 꽂혀 버린 총알의 출처는 뛰어 올라와 숨을 몰아 쉬는 레이든의 것이었다. 수년 간의 훈련과 고독과 외로움이 단 총알 한 발로 무산되어 버리는 순간이었다. 그것을 본 경수가 분노를 참지 못 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어 백현의 손에서 흘러 내린 권총을 쥐었다.

이 세상이 백지라면 난 내가 좋아 하는 봄의 진분홍색이고, 백현은 털 색깔의 회색이다. 은근히... 어울리지 않나, 우리? 아니면 말고. 헌데 난 어울린다고 생각해. 끔찍하게 말이야.

난 가진 게 없어. 전에 말한 적이 있지, 현아? 노는 게 전부인 철부지야. 아버지도 어머니도 날 그리워 할 테지만, 널 만나고 난 후 부터 내가 달라졌다고 생각하자. 1년을 모든 인생으로 여기자. 행복 했던 기억만, 좋았던 추억만. 간직하자. 나의 늑대. 미간에 총구를 댄 경수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기며 백현의 옆자리로 나란히 쓰러졌다. 고혹한 핏물이 진하게 시멘트 위에 배었다.

"씨발 진작에 이러든지. 힘 빠지게."

땅을 뜬 지 얼마 안 된 둘만이 쓸쓸히 남겨진 채 모두가 아래를 향해 내려 갔다. 여전히 그 날 처럼 뒷산에도 향긋한 봄이 만개한 벚꽃의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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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ing Adel의 Addicted를 들으며 작업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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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ㅇㅇ 레이든,,, 진짜 너무 밉네요ㅠㅠ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정이라는 걸 가져본 백현이와 하고싶은 게 없지만 백현이와 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소중했던 경수가 너무 맘이 아파요,, 서로가 서로에게 되게 소중하고 좋았던 순간들이라서 더 슬프네요ㅠㅠ 레이든 제가 죽이고 백도 살리러 가겠습니다.. 잘읽었어요 ! 2017.10.29 03:42
  • 프로필사진 기도 冀圖 모자란 글에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 2017.11.05 00: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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